체코전 역전승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한민국이 FIFA 랭킹 32위로 내려앉았다 — 4년 7개월 만에 30위권 밖이다.

7계단 하락, 2021년 이후 처음 30위권 밖으로
FIFA가 7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 7월 남자 축구 세계랭킹에서 대한민국은 1558.72점으로 32위에 자리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 25위였던 순위가 한 달 사이 7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2021년 12월 33위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아시아 4위로 밀려난 자존심
더 뼈아픈 대목은 아시아 내 순위다. 조별리그를 통과해 32강에 오른 일본은 오히려 한 계단 상승한 17위로 아시아 최고 순위를 지켰다. 이란이 22위, 호주가 28위로 그 뒤를 이었고, 대한민국은 이들에게 모두 밀리며 아시아 4위까지 내려앉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시아 2위를 다투던 위치에서, 이번 대회 한 번으로 세 나라에 역전을 허용한 셈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이강인·김민재라는 역대급 스쿼드를 보유하고도 조별리그 통과 여부부터 불안하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이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대회 직후 홍명보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지휘봉을 잡은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뒤였다. 홍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부진 원인을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직 후임 감독 선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톱10을 노렸는데
더 아쉬운 건 눈높이가 이미 한껏 올라가 있었다는 점이다. 월드컵 개막을 앞둔 6월 16일 발표된 랭킹에서 대한민국은 이란을 제치고 아시아 2위까지 올라섰고, 21위를 기록하며 22년 만에 톱10 진입을 눈앞에 뒀다는 기대까지 나왔었다. 대한민국 축구 역대 최고 순위는 1998년 기록한 17위다. 그 기대가 한 달여 만에 아시아 4위, 세계 32위로 뒤집힌 셈이다.
랭킹 하락,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나
FIFA 랭킹은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다음 월드컵 예선 조편성부터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의 시드 배정까지 랭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30위권 밖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다음 예선을 상위 시드로 시작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표팀에는 손흥민·이강인·김민재라는, 역대 어느 세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개인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개개인의 유럽 무대 활약과는 별개로 대표팀 성적이 따로 놀았다는 점에서, 전술적 완성도와 세대교체 양쪽 모두에 물음표가 붙는다.
새 사령탑 선임과 세대교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짊어진 채, 대한민국 축구는 다음 사이클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아시아 4위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등할지가 향후 대한축구협회의 가장 시급한 숙제가 됐다. 새 사령탑이 정식으로 정해진 뒤 처음 소집될 A매치 명단부터가 반등의 첫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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